[일상의 한마디]/[Living in Austin]

미국 운전면허 실기시험

조나단봉 2009. 1. 19. 13:26
사실 실기시험을 본지도 거의 1주일이 다 되어 간다. 운전 면허 시험을 너무 전투적(?)으로 준비한 탓에 피로하기도 하고 방학도 마지막 주인지라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포스팅을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올린다. 지난주 금요일에 필기 시험을 붙고 바로 렌터카를 빌려서 킬린에도 한시간 이상 운전해서 다녀왔지만 정작 월요일에 본 첫 시험에서는 떨어졌다. 

렌터카와 함께한 4일간...

다른게 아니라 기본적인 미국 통행법을 몰라서였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대부분이 비보호 좌회전(직진 방향이 파란불일때 마주 오는 교통량을 보고 좌회전하는 것)이고 우회전 할 때는 직진 방향의 신호에 따라 조금 다르게 행동해야한다.  
위의 그림에서 나는 우회전을 하려는 (1)번 분홍색 차라고 하고 직진 방향으로는 빨간불이 켜진 상태라고 하면 내가 해야하는 행동은 다음과 같다.
  • (1)번 차처럼 횡단 보도 앞 STOP 라인(없으면 횡단보도에서 약간 떨어져서)에서 2-3초간 완전 정지한다.
  • 앞의 횡단보도에서 좌우로 횡단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래와 같이 판단한다.
    • 좌에서 우로 횡단하는 경우 보행자가 완전히 건너 인도 위로 올라간 후 (2)번으로 진행한다.
    • 우에서 좌로 횡단하는 경우 보행자가 2/3 이상 지나간 경우 (2)번으로 진행한다.
  • (2)번의 위치에서 좌측에서 초록색의 차 처럼 진행하는 차량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으면 양보하다.
  • 이후 (3), (4)번 차와 같이 진행하되 너무 넓게 돌지 않는다. 
내가 떨어진 이유는 전혀 (1)번 위치에서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알고보니 $381짜리 대형 티켓팅 대상인 것이다. 법규에 대해서 하나도 공부를 안하고 간 탓에 떨어진 것인데 그냥 통과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참고로, 직진 방향이 파란불인 경우 (1)번의 STOP없이 진행하되 (2)번보다 차를 좀 더 내밀어서 우축에 존재하는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는지를 앞에서 했던 방법과 동일하게 판단하고 진행한다.

STOP

미국 운전은 사실 한국과 거의 동일한데 몇 가지 차이점만 주의하면 문제될 것은 없다. 위에서 배운 내용과 함께 잘 알아야 하는 것이 바로 통행권(right of way)인데 우리 나라에는 있어도 별로 안 지키는 STOP 신호등이 미국에서는 매우매우 중요한 신호가 된다. 우리 나라에 경우 일반적으로 먼저와서 고개를 들이미는 차가 우선인데 이 곳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다. 

* 네 방향 모두 STOP인 경우 
  - 먼저 온 차가 우선권을 갖는다. (이건 우리나라도 비슷)
  - 동시에 온 경우 우측에 있는 차가 우선권을 갖는다.
* 두 방향만 STOP이 있는 경우
  - STOP이 없는 곳이 우선권을 갖는다.  
   (말로만 써놔서는 이해가 될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사실이다. 우리 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물론 우리도 도로교통법 상으로는 보행자가 우선권을 갖는다고 나와 있겠지만 사실 건널목에서 차와 보행자가 만났을 때 누가 피하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미국에서 아직도 잘 적응 안되는 것이 건널목에서 차가 사람이 건너기를 기다린 다는 것이다. 차가 교차로에 도착하기 5m 전이라면 대개 사람이 서고 차가 지나가고 사람이 지나가는게 우리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여기는 사람이 지나갈 때까지 차가 기다린다. 그래서 가끔 안 건너고 차가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건너려다 차가 서서 기다리는 바람에 마지못해 건너는 경우도 많다.

미국에서 운전하려면 확실히 남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제대로 못할 것이다. 내가 통행권을 지키더라도 남이 지키지 않으면 바로 사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직도 남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통행권을 갖는 경우에도 움찔거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많은 사고가 쌍방간의 통행권 주장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양보는 미덕이다"라는 말은 어디가나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