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09] 캐리비안 베이
지난 여름휴가 기간에 변변히 놀러 가지 못해 오늘 큰 맘 먹고 캐리비안 베이에 다녀왔다. 성수기가 지난데다 날씨도 갑자기 흐려지고 비도 와서, 제대로 놀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8시 30분경 집을 나서 강남역에서 5002번 버스를 타고, 10시 30분경에 캐리비안 베이에 입장할 수 있었다. 저녁 6시 30분경에 퇴장했으니 8시간을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캐리비안 베이의 복장 규정은 남자는 수영복 바지(대개 해변에서 입는 트렁크 수영복)에 위에 티를 입어도 좋다. 대부분 놀이 시설에서 구명조끼를 입으니까 배가 나왔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수영모자를 써도 좋지만, 대부분 그냥 모자(cap)를 쓴다. 하지만, 일부 장소를 제외하고는 모자를 안 쓴다 해도 단속 대상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슬리퍼를 준비해도 되지만, 맨발로 걸어 다니는 게 편하고, 지압 효과도 있다. 물안경은 없어도 된다. 들어갈 때 음식물을 싸왔는지 가방 검사를 하지만 형식적이다. 껍질 생기는 과일이나 통닭 등을 가져가는 것은 안 될 일이지만, 오랜 물놀이로 말미암은 저혈당을 방지하기 위해 간단히 '자유시간' 같은 초콜릿 바를 챙겨가는 것은 괜찮을 것 같다. 음식물이나 간식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물에 들어간 탓에 한동안 물이 익숙지 않아 허우적댔지만, 곧 적응했다. 파도풀에서 즐겁게 지내다 배가 고파서 점심으로 9,000원짜리 사골 우거지탕을 먹었다. 비쌌지만 배가 고파서 그런지 맛도 괜찮았고, 양도 많았다. 배도 꺼트릴 겸 두리번거리다가 서핑 라이드 타는 것을 구경하고 타워 래프트, 타워 부메랑고를 탔다. 이런 놀이 기구를 타보면 물과 중력의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 외에 어드벤처 풀에서 해골이 쏟아내는 2.4톤의 물벼락도 맞고, 유수풀에서 튜브를 타고 둥기둥기 개구리헤엄도 쳤다. 실내에서는 퀵 라이드 출발이 잘 안 돼서 어기적어기적 거리느라 다소 무안하기도 했다. 비도 오고 날씨가 흐린 탓에 상당수의 시간은 따뜻한 스파에서 보냈다.
오늘의 핵심은 아쿠아 루프였다.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쿤토리아네가 탔던 그 바디 워터 슬라이드이다. 나와 소림이는 이 놀이 기구를 '빅토리'라 칭했다. 어쨌든 소림이는 타기 무섭다고 해서 나만 혼자 타러 올라갔다. 복장은 남자는 상의 탈의, 여자는 비키니만 입어야 한다. 원래 인기 있는 놀이 기구라 많이 기다려야 하는데, 성수기가 아니라서 올라가서 5분 만에 탈 수 있었다. 관에 들어가 있으면 발판이 열리면서 18미터 아래로 자유 낙하를 하고 그 힘으로 360도 공중회전을 한다. 나는 원래 놀이 기구 타는데 별 소리를 내지 않는데, 이걸 타면서 '오우우우우워우' 거렸다. 뭔가 굉장히 새로운 기분이었다.
번지점프를 하는 느낌이 이런 느낌일까? 나는 떨어지고 있는데, 내가 붙잡을 것도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다. 나도 모르게 잠시 눈을 감았나 보다. 눈을 떠보니 관속에서 내가 움직이고 있다. 이 놀이기구를 타라고 안전요원이 꼬드길 때 말한 것처럼 생각보다 별로 안 무섭다. 그런데 그런 여유도 잠시. 360도 회전을 하는지 여기 저기로 물이 내 뺨따귀를 마구마구 때린다. 겨우겨우 몸을 가누는가 싶더니 끝이 났다. 수영복은 이래저래 정리가 필요했고, 일어서는데 다리가 비틀거리는 것 같았다. 돌아와서 후기를 읽어보니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했다. 360도 회전을 하다가 제대로 돌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주로 여자들이 많이 그런다. 너무 가볍거나, 너무 무겁거나, 혹은 자세가 흐트러지면 그렇게 된다고 한다. 아무튼, 자이로 드롭을 처음 탔을 때만큼 신선했다.
오래간만에 온종일 물놀이를 하며 물에 둥둥 떠다니고, 여기저기 걸어 다녔더니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