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한마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조나단봉 2005. 9. 14. 00:52
이곳 자카르타에서의 생활도 벌써 44일째다. 원래 2달 일정을 계획하고 갔으니 적어도 2/3의 작업의 진척은 있어야 하겠지만, 사실 10%도 진척되지 않았다고 보는게 정확할 듯 싶다. 꾸부적꾸부적대는 인도네시아의 특성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면에서 이런 최악의 결과를 낳고 있다.

가장 먼저, 현지 사정을 전혀 모르고 사업 진출을 시도한 점이 조기 완료 실패의 원인이다. 뭐, 아예 모르는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라면 시간을 오래 잡고 어쩔 수 없이 맨땅에 헤딩을 해야한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 사람을 통해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 자체에만 걸리는 시간을 고려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그 사람은 전혀 현지 사정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사람을 믿고 섣불리 빨리 되리라고 생각한 것이 오류였다. 누구도 믿어서는 안된다. 본인이 직접 파악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개발자를 보내기 이전에, 현지인들과 커뮤니케이션(단순히 언어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파악을 먼저 하고나서 개발자를 파견하는게 순서이다. 개발자들은 현지에 와서 44일 동안 사실 상 거의 해 놓은 것이 없다. 개발을 한다고 해도 '불확실한 정보'에 의한 개발을 하고 있으니 추후에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것은 눈에 보듯 뻔한 일이다.

인도네시아 자체의 문제점도 있다. 일단 사람이 많아서 일처리가 너무 늦다. 뭘 하든 몇일 몇주가 걸린다. 특히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면 그것은 '절대 빨리 되지 않을 일'로 봐도 된다. 절대로 수차례 재촉하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 않는다. 메일 보다는 MSN, 전화 보다는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덕분에 테스트 서버 구비에 2주가 걸렸고, 실제 서버 구비에 앞으로 2주 이상이 걸린다.

딱히 정해져 있는 데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일의 능률이 전혀 오르지 않는다. 사실, 분량만 보면 전부 다 혼자 하더라도 2~3주면 다 할 수 있는 분량이다. 단,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배제한 경우이다. 현재 44일이 지났으나 도대체 우리가 무슨 서비스를 준비해야하는 것인지 조차 정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고 봐도 옳다. 아무것도 확실한 것이 없다.

결국 2달 귀국은 커녕 일정은 무한정 길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언제 가나, 언제 돌아가나 요즘들어 부쩍 이 생각을 많이 했다. 산업기능요원 신분이다보니 병역법 상의 하자가 문제가 없다면 사실 오래 있어도 아무런 걱정이 없다. 나 없이 혼자 고생하는 소림이가 제일 걱정이다. 그래서 요 며칠, '언제 돌아가나, 돌아갈 수는 있을까? 지금까지 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다녔다.

아무리 언제 돌아가나 걱정을 하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비행기를 타고 왔고, 일도 마무리 되지 않았는데 돌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일시 귀국을 하는 일은 배제하고 말이다.) 이제부터 귀국을 언제하나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내가 할 일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자는 마음으로 바꿨다.

늘어지는 것에 체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마음가짐을 고쳐먹자는 것이다. 모든 원망이나 후회는 모든 일이 끝난 후에 하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