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훈련 일지 (4주차)
3주차 일지를 쓴지도 벌써 몇 일이 흘렀다. 오늘은 늦게나마 4주차를 돌이켜 보자. 벌써 가물가물해진 일이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자. 4주차는 사격과 행군이 남아 있었다.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일반적으로 마지막 주는 널럴하다고 하지만 우리의 4주차는 꽤나 빡빡한 일정이었다. 그래도 하루 하루 사회로 돌아갈 생각에 그리 힘들지만은 않았다.
2005년 12월 25일 일요일 (21일차)
성탄절이었다. 성탄절 아침부터 눈이 와서 눈 제설작설을 했다. 사회에서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라고 좋아라 했었겠지만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눈 치우기와 함께 시작됐다. 11시까지 제설작전을 펼치고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지난 주에는 오후에도 예배를 드렸는데 이번주에는 오전에만 예배를 드렸다. 눈치우기 싫어서라도 오후에 예배를 드렸으면 했는데, 오후에도 제설작전을 했다. 그러다가 나를 포함한 몇명이 교회에 불려갔고 위문품 박스를 들고 돌아왔다. 초콜렛, 사탕, 초코파이, 콜라 등등이 담긴 것이었다. 맛있게 먹었다. 막판이 되니 먹을 복이 터졌다고 했다. 이날 오후에는 전준영 조교가 뽑기를 하기도 했다. 뽑히면 소원(?) 들어주는 것이었다. 어쩠든 그랬고, 밤에는 우리 분대가 우수 분대로 뽑혔기 때문에 전화를 할 수 있었다. 주어진 시간은 3분이었고 소림이에게 걸었는데 2번이나 안 받아서 엄마한테 걸었는데 또 안 받아서 다시 소림이한테 걸어서 다행히 받았다. 1분 정도 전화 간신히 했다. 다행이었다. 워크 아웃 했던 신동명 조교가 다시 돌아온 날이기도 하다. 이제 마지막 주의 시작이다.
2005년 12월 26일 월요일 (22일차)
주간기록사격이 있었다. 오전 9시도 되기 전부터 시작했다. 오전 내내 PRI를 하다가 바로 앞조까지 사격을 하고 오후로 미뤄졌다. 오후가 되고 사격을 했다. 나는 1사로에서 박상준 조교의 지도하에 사격을 했다. 맞는지 안 맞는지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결국 4발을 맞췄다. 후에 박상준 조교는 6발은 맞춘것 같다고 했는데 아쉬웠다. 어쨌든 '사격을 잘하자'를 20번 하고 오후 시간도 내내 PRI를 했다. 그러다가 1사로에서 우리 소대 51번 훈련병이 사격 도중 탄피가 한개 사라져서 전부 그것을 찾고 있었다. 1시간 정도 찾다가 결국 2소대 훈련병이 찾았다. 오늘의 사격은 끝이 났고 나머지는 내일로 미루어졌다. 저녁을 먹고 바로 야간 사격을 했다. 5발 쏴서 1발 맞췄다. 사실 그것도 맞춘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여튼 얼어죽는 줄 알았다. 밤까지 고생했다고(?) 육개장 사발면을 또 줬는데 역시나 물이 뜨겁지 않아서 과자 같았다. 밤에는 1내무실의 스타 면발이가 체했는데 추위를 먹었는지 발작을 일으킨 날이기도 하다.
2005년 12월 27일 화요일 (23일차)
오전부터 사격을 해야하는데 보급품 수량 조사를 한다고 재고 조사 작전을 펼쳤다. 그야말로 온 부대의 물품들의 수량을 세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교회에서 정신교육을 한다고 불러 놓고는 아무것도 하지않고 쉬다가 왔다. 총검술 40분 정도를 하고 총검술을 마쳤다. 오후가 되고 주간기록사격을 했는데 이번에는 7사로에서 쐈다. 아무것도 안해주는 김도현 조교 덕택에 견착도 제대로 안되서 영발을 하고 말았다. 다시 재고 조사를 했고 예비 수료식을 했다. 역시나 너무너무 추웠다.
2005년 12월 28일 수요일 (24일차)
오전에는 정비 시간을 가졌다. 오후에는 주야간 행군을 떠났는데 1시간 30분 만에 돌아왔다. 30분 가고 30분 쉬고 30분 돌아왔다. 아마도 눈이 녹지 않아서 다시 돌아온 것으로 생각된다. 다시 돌아와서는 예비수료식 연습을 했다. 밤에는 또다시 육개장 컵라면을 줬다. 2내무실의 한명이 휴가(모친상?)를 가서 내가 대신 불침번을 2시~3시에 하고 다음날 하지 않기로 했다. 결과적으로는 좋은 것이었다.
2005년 12월 29일 목요일 (25일차)
오전에는 정신교육이 있었다. 이름이 박정희인 여자 대위 정훈장교였다. 오후에는 수류탄 교육이 간단하게 있었다. 연습 수류탄을 던졌는데 소리가 꽤 컸다. 물론 실 수류탄과는 비교가 안되겠지만 말이다. 예비 수료식을 열심히 연습했고 오늘은 대대장이 오는 예비 수료식을 해야하는데 대대장이 안 온다고 해서 연습만 실컷한 것이었고 또다시 열심히 눈 제설작전을 했다. 정말 눈만 징하게 치웠다. 밤에는 청소 및 정리를 했다.
2005년 12월 30일 금요일 (26일차)
퇴소일이다. 아침부터 또 눈이 와서 제설 작전을 펼쳤고 눈이 오기도 해서 수료식을 교회에서 하나 마나 할 정도였다. 결국 수료식은 실외에서 했고 수도 없이 연습한 결과 비교적 잘 끝냈다. 점심을 먹고 이것 저것 반납하고 사람들과 인사하고 3시가 조금 넘어서 나왔다. 26일 만에 위병소 앞을 지나 사회로 나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