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의 봄방학을 맞이하여 본의 아니게 샌 안토니오에 있는 씨월드에 다녀오게 되었다. 일찌감치 떠나야 했는데 오전 10시 16분이 되어서야 출발했다. 약 100마일(162km) 거리에 있는 샌 안토니오는 지난 학기에도 한 번 방문했던 적이 있는데 직접 차를 몰고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다에 접한 것도 아닌데 미국에 3군데에만 (캘리포니아 샌 디에이고, 플로리다 올랜도, 텍사스 샌 안토니오) 있는 씨월드가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어서 어렵지 않게 가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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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인 I-35를 타고 가던 중 막바지에 무슨 이유에선지 편도 3차선에서 한 차선을 막아 놓아 극심한 정체가 일어나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2시간이나 걸렸다. 킬린(Killeen)에 갈 때보다 고속도로에 차가 훨씬 많아서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우리 나라로 치자면 국도 쯤 되는 TX-1604를 겨우 탄 다음부터는 이게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인가 싶게 한참을 달렸고 샌안토니오 외곽을 또 한참 달린 후에야 씨월드 방향으로 들어섰다. 막판에는 구글맵으로 찍어간 설명과 조금 달라 애를 먹었다.
어쨌든 미리 예매한 주차증을 내고 들어섰다.
지난 주말에는 이틀정도 계속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까지 했지만 이번 주 들어 여름처럼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이 날도 역시 따가운 햇살이 우리를 맞이했다. 몇번 말했지만 텍사스는 무척 무덥지만 습도는 낮아 햇볕만 피하면 그렇게 덥지 않다. 다만, 대부분의 텍사스 주민들이 햇볕을 즐겨서 그런지 그늘을 찾기가 매우 힘들다.
뒤로 보이는 동그란 것이 씨월드 입구이다.
렌터카 반납을 당일 6시 이전에 마쳐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씨월드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3시간에 불과했다. 돌고래쇼인 Viva와 샤무(Shamu, Killer whale)라는 범고래쇼인 Believe만 챙겨보기로 결정했다. 봄방학 기간이라 그런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정말 엄청나게 많았다. 뉴욕이나 LA 같은 대도시가 아닌 이상 미국에서 서울과 같이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이 날 만큼은 크리스마스 이브의 코엑스 만큼의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씨월드를 방문했다.
안 보는 것보다야 재미있겠지만 나는 원래 돌고래 쇼 같은 것에 그렇게 감흥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한국에서 돌고래쇼 매니아인 소림이를 따라 서울 대공원에서 하는 돌고래 쇼를 한 번 볼 기회가 있었는데 실내가 엄청나게 추웠던 사실만 기억에 남아 있었다. 물론 물고기 비슷한 포유류인 돌고래가 나보다 더 높이 점프(솟구침)를 뛴다는 사실이 늘 놀랍기는 하다.
돌고래쇼인 Viva! 정작 돌고래 사진이 없구나..
돌고래 쇼인 Viva쇼를 먼저보았다. 쇼 30분전에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도 우리 앞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입장 후 자리를 상당히 앞 쪽에 잡을 수 있었는데 알고보니 물에 젖기 쉬운 자리여서 사람들이 앉지 않았던 것이었다. 자리 앞쪽에 물구멍이 있고 쇼가 시작되기 전에 한 트레이너가 나와서 맛보기 쇼를 하면서 사람들을 물로 잔뜩 적셔 놓는다.
많은 사람들 특히 어린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옷이 흥건하게 젖은 꼬마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대개 어른들은 이런 경우 자리를 피한다. 우리는 어린 아이는 아니었지만 자리를 피할 수 없는 곳에 위치한 탓에 계속 물세례를 간접적으로 받았다. 카메라를 젖지 않게 끌어안고 말이다.
잠시 기념품 점에 들어가서 사진 한장...
소림이는 놀이 공원 같은 곳에 가면 늘 뭐를 사달라고 한다. 주로 뿔이나 인형류. 나는 늘 지금은 돈이 없어서 못 사준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돈을 벌어도 사줄것 같지 않고, 사실 정말로 사달라고 하는 것도 아니라고 혼자 생각하고 있다. 과거 돈을 벌 때에도 안 사주었으니 사실 앞으로도 안 사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나중에 아가가 사달라고 하면 어찌해야하나 고민이 좀 될 듯 하다. ㅋㅋ
샤무(Shamu) 쇼인 Believe
씨월드의 메인은 범고래인 샤무(Shamu, 본토 발음은 슈에으므우...)쇼이다. 여기 저기 길을 지나다는 사람들마다 샤무, 샤무 거리면서 다닌다. 우리는 잠시 바다사자 쇼를 구경하다가 샤무쇼를 보러 갔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우리는 자리도 없이 서서 사람들 틈 사이로 쇼를 구경했다.
고래가 한 7-8m는 족히 되는 듯했다. 옛날에 샌디에고에 갈 경우를 대비해 씨월드에 대해 조사하던 중 샤무쇼는 정말로 꼭 봐야한다고 했단 말이 기억났다. 그 커다란 놈들이 돌고래마냥 점프를 하고 꼬리로 물장구(?)를 치는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미국에선 뭐든 간에 꼭 어린이의 꿈을 키워줘야 한다고 애들을 한 명씩 불러내는 이벤트를 한다.
씨월드 기념사진
쇼가 끝나자 부랴부랴 주차장으로 갔고 점심으로 싸온 샌드위치를 먹고 타는 듯한 텍사스를 가로질러 오스틴까지왔다. 전날 4시간 정도 밖에 잠을 자지 못한 탓에 오는 내내 졸려서 힘들었다. 나는 30분이 넘는 장거리(?) 운전만 하면 늘 졸리다. 나중에는 내가 차선 위에서 오른쪽 왼쪽 왔다갔다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문제는 미국에는 대개 고속도로에도 휴게소 같은게 없어서 일단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쉬지 않고 계속 가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출구(exit)로 나가면 뭔가 있겠지만 우리 나라같은 개념의 고속도로 중간의 휴게소는 없다고 보면 된다. 어쨌든 담부터는 꼭 잠은 충분히 자 둔 후에 운전해야겠다.
나흘간 함께한 기아 스펙트라와 애증의 렌터카 회사(Enterprise)
돌아오는 길에는 샌안토니오 시내쪽을 통과했다. 오스틴까지 빨리 왔지만 정작 오스틴에서는 러시아워에 걸렸다. 겨우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후 시내를 관통해서 렌터카 회사에 영업 종료 10분전에 도착해서 차량을 반납하고 돌아가는 라이드는 부탁하지도 못하고 다시 뚜벅이 인생이 되었다. 다행히 갈아타는 버스가 연달아 와서 기다리지 않고 집으로 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