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사들처럼 제목을 자극적(?)으로 정해보았다. 어젯밤 1시경부터 인터넷이 끊겼다. 그간에도 가끔씩 인터넷이 불안정했는데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연결이 안 되는 것을 보니 확실히 끊겼다. 7월 말에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온 이후 인터넷에 관련해서 문제가 하나 있었다. 요금 고지서(billing statement)가 오지 않는 것이었다. 작년 8월부터니 약 6개월간 요금을 본의 아니게 내지 않은 것이다. S(앞으로 이름을 익명화하고, 사진을 모자이크 처리해달라는 나의 아내)가 그간 몇 차례 고객 센터(한국어 서비스)에 전화를 했는데, 요금 청구가 안 되고 있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몇 번 들었다고 한다.
일단, 인터넷이 안 되니 기술 서비스(technical service) 쪽으로 문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AT&T 상담원이 우리 계정(account) 번호를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일단, 왜 없는지 모르겠으니 기술 쪽으로 넘겨주겠다고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고 전화가 끊겼다. 미국에서 전화 연결해준다고 하고 연결이 잘 안 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연결이 끊길 경우를 대비하여 상담원이 알려준 번호로 걸었더니 교환 코드(transfer code) 3자리를 입력하라고 한다. 당연히 그런 코드는 알지 못하니까 더 이상 진전이 없다.
이번에는 문제의 발단이 된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 센터에 전화를 해보았다. 앞선 고객센터에서 우리 계정을 찾을 수 없다고 한다니까 자기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조금 더 살펴보더니 계정이 삭제되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러면서 6개월 동안 돈을 내지 않아 서비스가 끊겼다고 한다. 이 전화를 할 때에는 S가 수차례 고지서가 오지 않았다고 문의했던 것을 몰랐던 나였기 때문에, 돈을 안내서 잘렸다고, 은근히 우리 측 잘못도 있다는 투로 말을 하는 게 아니꼽기도 하였지만 뭐라 할 말은 없었다. 계정이 삭제되었기 때문에 서비스 신청(order)을 다시 해야 하고, 한 며칠이 걸린다고 한다. 이 상담원의 말에 따르면 요금 고지서 수령 주소가 옛날 집으로 되어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가 고지서 안온다고 문의하지 않았다고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만약 정말 문의를 하지 않았더라도 자기네들이 전화한번이라도 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전화를 끊고 나서 항의황(지붕 뚫고 하이킥 100회 참고)에 못지않은 S가 나에게 이런 저런 항의해야할 사항을 알려준다. 항의 같은 건 나의 스타일이 아니지만, 나에게 항의황의 반의반만 따라가기를 바라는 S를 위해 다시 전화를 건다. 이번에도 한국어 서비스 고객 센터에 전화를 해봤는데, 다른 사람이 받는다. 이 사람은 아예 우리 계정을 찾을 수도 없다. 이래저래 S의 전달사항을 말해보지만, 딱히 해결책이 없어서 할 말도 없다. 상담원이 그래서 어떻게 하기를 바라냐고 하니,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이 문제의 종착지인 뭐라 뭐라 커넥션(connection, 인터넷 요금 안내면 서비스를 끊어버리는 작자들?)의 연락처를 받았다. 직접 물어보면 뭔가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또 전화를 걸었다. 마지막이다. 상담원에게 말도 안 되는 짧은 영어를 맘껏 퍼부었다. 대략 "나는 어젯밤에 인터넷이 끊겼는데, 6개월 전에 이사를 하고 고지서가 한 번도 오지 않아서 요금을 못 내서 끊긴 것 같다."고 했다. 이 양반이 툭탁툭탁 컴퓨터로 찾아보더니, 뭔가 오류가 있어서 새로운 계정이 접수(order)는 되었는데 처리(posting)되지 않아서 고지서가 발부(issue)되지 않았다며, 미안하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너무 빨리 신청(order)하는 부서로 넘겨줘서 자세히 물어볼 수는 없었지만, 대략 지난 계정은 만들어지지도 않은 모양이고 우리는 6개월간 무료 인터넷을 사용한 것 같다.
새로 연결된 신청(order) 부서에서 아예 새로 인터넷을 신청했다. 주소도 새로 물어보고, 전에는 안 물어봤던 운전 면허 번호도 물어본다. 주소를 알아듣지 못한대서 하나씩 또박또박 불러줬다. 목요일은 돼야 인터넷이 다시 된다고 해서 좀 더 빨리 안 되냐고 했더니 안 된단다. 도대체, 인터넷을 끊을 때는 오밤중에 잘도 끊더니만, 신청할 때는 왜 사람이 와서 뭔가를 조작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지 별 수 있겠나 싶다.
전에도 말했지만 전화로 하는 영어는 장단점이 있다. 일단 얼굴을 안보니까 내가 아무리 영어를 못하고 발음이 거지같아도 그 사람을 다시 안 볼 거란 맘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단점은 음성이 또렷하지 않기 때문에 나도 그 사람도 알아듣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 사람끼리 한국말로 대화해도 가끔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는데 하물며 나 같은 사람이 미국인과 대화를 하면 어떠하겠는가?
다음 달에 나올 청구서에 지난 서비스들에 대한 요금까지 같이 청구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항의황을 능가하는 S는 그 이상의 뭔가를 계획 중에 있지만 말이다. 다행히도 잘 끊기기는 하지만 집에서 인터넷이 하나 잡혀서 지금 이렇게 포스팅을 하고 있다. 신기한 점은, 윈도우에서는 이 무선인터넷을 못 찾는데, Ubuntu에서는 찾는다는 것이다.
p.s. [업데이트]
아침(2/10 수)에 일어나보니 (1)DSL 모뎀까지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고, (2)컴퓨터로는 세팅을 다시 해야 해서 (3)실제로 인터넷을 사용할 수는 없는 상태였다. 다시 기술 지원부에 전화를 걸어서 다시 세팅을 했다. 예전에도 전화를 걸어서 세팅을 해본 적이 있는데, 접속해야할 주소를 완전히 까먹어서 물어봐야만 했다. 이번에는 대략 과정을 적어뒀으니 다음번에 또 이런 일이 있으면 굳이 전화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어쨌든, 이제 집에서 우리 인터넷이 된다. 그런데, 목요일 낮에 사람이 작업해야한다고 했는데 수요일에 되는 건 또 뭘까? 이해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