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내내 무더운 오스틴이지만 가끔씩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가끔 내리기도 한다. 우리가 처음 오스틴에 도착한 다음날 다운타운 구경을 나갔던 날, 그리고 우리가 캘리포니아 여행을 위해 공항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선 그 날. 차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학교 셔틀 버스(Far West, FW)를 타고 학교까지 갔다가 학교에서 100번 버스를 갈아 타고 공항으로 가야했다.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 준 100번 버스. 출발하는 날 오스틴은 비가 내렸다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 준 100번 버스. 출발하는 날 오스틴은 비가 내렸다

비행기 시간이 6시 52분 이어서 넉넉 잡아 5시 정도까지는 도착하기 위해 집에서 2시 30분쯤 나섰다. 계획대로라면 곧 셔틀을 타고 4시 정도엔 100번 버스를 타야했다. 그러나 요즘 우리 동네에 도로 공사가 한창이라 가끔 셔틀 버스 경로가 바뀐다. 이 날도 경로가 바뀌었는데 눈 앞에서 한 대를 놓치고 거의 30-40분을 기다렸다. (원래 여름학기 동안에는 15분마다 옴) 중간부터 비가 오면서 뛰어서 집에 가서 우산을 들고 왔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버스를 탔다. 공사 때문에 원래 경로와는 다르게 사슴이 동네(사슴이 많이 나오는 동네)로 돌아서 학교로 갔다. 4시 버스는 못타고 4시 50분쯤에 오는 버스를 탔다. 우여곡절 끝에 공항에 도착했다. 
소림이는 공항에서는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그 덕에 옆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데도 모르고 있다.

소림이는 공항에서는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 그 덕에 옆에서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데도 모르고 있다.

우천으로 인하여 약 1시간 넘게 지연되었지만 피닉스를 거쳐 샌디에고까지 가는데는 문제가 없다는 관계자의 말을 믿고 안심하고 기다렸다. 고속 버스보다 조금 큰 비행기를 타고 2시간 조금 넘게 비행을 했다. 대개 미국 여 승무원은 한국 승무원처럼 외모가 출중하지 않은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 비행기만은 두 명의 승무원들의 미모가 예뻤다(며 소림과 처제가 그랬다). 
피닉스 공항에서 우리는 미아가 되었지만 흑인 친구 덕택에 회생했다.

피닉스 공항에서 우리는 미아가 되었지만 흑인 친구(오른쪽 사진의 왼쪽 남자) 덕택에 회생했다.

드디어 피닉스 공항에 도착했다. 연착이 된 탓에 항공사에서 다음 비행기 티켓을 내 이름으로 미리 발부해 놓았다. 시간은 10시 11분 비행기. 우리가 처음에 제때 도착했더라면 피닉스 시간으로 7시 12분이고 원래 비행기 시간은 8시 5분이고, 현재 시간은 8시이다. 일정이 다소 늦어지겠지만 2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고 생각했던 찰나 갑자가 티켓을 들고 소림이가 뛰어왔다. 10시 11분은 오늘이 아니라 내일이라면서. 살펴보니 1011A였다. 일단 8시라서 원래 비행기를 혹시나 탈 수 있을까하여 열심히 뛰었다. 우리가 A20에 있었고 탈 비행기는 B18에 있었다. 아마 못해도 20개 게이트는 뛰어갔던 것 같다. (미국에 처음 와서 달러스 공항에서도 열심히 뛰었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탈 비행기가 딜레이되어 늦지 않았다.) 겨우 8시 5분에 도착했는데 이미 게이트는 닫혔고 관계자가 확인 전화를 걸어보더니 안된다고 했다. 항공사 고객 서비스에 가보라고 해서 앞에 있는 센터에 갔다.
식사 바우처로 허기를 채웠다. 공짜라 더 맛있었다.

식사 바우처로 허기를 채웠다. 공짜라 더 맛있었다.

사정을 얘기했는데 오늘은 더 이상 비행기가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호텔(사실 모텔)을 잡아주겠다고 하더니 못 탄 이유가 '기상 악화'라는 이유로 호텔 예약을 해줄수는 없고 할인 쿠폰 같은 것을 준다고 했다. "기상 악화가 그럼 내 책임이냐?"라며 따질 줄 알았는데 웬일인지 컴플레인 대마왕 소림이 순순히 넘어갔다. 사실 우리 모두 화장실도 급하고 정신없이 먼 거리를 뛰어서 따질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우리 모두 적당히 순응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오늘 밤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던 찰나 U.S. Airways 고객 센터에서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탄 흑인 '친구'가 우리를 마구 오라고 손짓을 했다. (사실 나는 못봤고 나머지 사람들이 봤다.) 그래서 가봤더니 뭔가 복잡한 이유가 있어서 우리에게도 숙소를 예약해 주겠다고 했다.(그 친구가 뭐라뭐라 따져서 혜택을 받게 되었고 우리를 기억해내고 우리까지 부른 것이다.) 게다가 공항 내에서 쓸 수 있는 식사 바우처를 일인당 10불씩 줬다. 덕분에 모텔 방 2개와 30불어치 식권이 생겼다. 합쳐서 약 150불을 벌은 셈이다. 어쨌든 고마운 친구였다. 아마 우리가 눈에 띄는 생김새이거나 옷을 입어서 그 사람이 같은 비행기를 탔던 것을 기억하는 것 같다.
피닉스에서 묵은 Quality Inn. 아침에 TV에서 여비가 좋아하던 '케빈은 12살'이 한다.

피닉스에서 묵은 Quality Inn. 아침에 TV에서 여비가 좋아하던 '케빈은 12살'이 한다.

뭐 공짜로 얻은 방이야 흔하게 보는 미국의 60-70불 모텔이었다. 픽업해주는 차의 창에 '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라고 씌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팁을 주지 않았다. 지금에야 우리가 먹고 살 돈도 없어서 팁에 인색하다고 핑계라도 대는데 정작 돈을 벌게되면 팁을 많이 줄까 의심이 된다. 주로 동양인들이 팁에 인색하다. (원래 별로 없는 문화니까?) 피닉스도 날씨가 별로 안 좋은 시점이라 흐린 하늘만 보았다. 다만, 선인장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찰스 바클리가 16년전에 선즈에서 활약하던 고장인 피닉스에 오다니 신기했다. 사실 피닉스는 아니고 그 위성 도시격인 Tempe라는 곳이었지만 말이다. 결국 다음날 아침을 부랴부랴 먹고 공항으로 나서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우리의 목적지인 샌디에고로 출발했다.
드디어 샌디에고에 발을 디디다.

드디어 샌디에고에 발을 디디다.

어쩌면 미국 첫 정착지가 될 수 있었던 샌디에고 땅을 마침내 밟았다. 날씨 좋기로 유명한 샌디에고. 미국 제9의 대도시답게 공항도 오스틴보다 좀 붐볐다. 밖으로 나가자 날씨가 시원했다. 미국와서 처음 느끼는 날씨였다. 수지씨가 곧 우리를 픽업하러 왔고 쾌청한 날씨('오스틴'은 쨍한 날씨)가 우리를 반겼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캘리포니아에 첫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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