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의는 이전의 회의보다 좀 힘들었다. 

회의 첫날에 끝나자마자 밥도 안 먹고 맥주를 마시러 갔고, 둘째 날에는 호텔에 들어와 보니 자정이었다. 한국에서야 맥주 두 잔 마신다고 취하지 않지만, 첫날은 벨기에 맥주 2잔(1,000cc)을 마시고 취한 것 같이 너무 힘들었다. 저녁을 거의 다 먹을 때가 되어서야 정신이 돌아왔다. 

시차 적응을 바로 하고 9시간 동안 이어지는 고도의 영어 듣기. 게다가 호프집 위에 열풍기(?) 같은 게 있어서 취기를 돋웠다. 그래서 둘째 날은 서양 애들은 포도주를 폭주하는데, 나는 3cc만 마셨다. 아... 포도주값으로 나눠낸 돈이 14유로(2만 원)여서 너무 아깝다. 거의 안 마셨는데도, 나를 비롯하여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거의 맛이 갔다. 서양 애들이 좀 배려를 해서 일찍 끝내야 하는데 자기네 시차 문제없으니 막 달린 거다. 10시 넘으니까 되니까 한쪽 눈이 멍해지고, 몸에 식은땀이 막 흘렀다. 한 30분 지나니까 다시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했다. 

어쨌든 들어와서 바로 잤는데, 일어나보니 9시였다. 회의가 9시부터인데 부랴부랴 걸어가 보니 다른 애들도 늦었는지 아직 제대로 시작을 하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마지막 날이라 회의가 오후 2시경에 끝났다. 여유가 있다면 오늘도 파리를 좀 둘러보고, 내일도 저녁 비행기라 구경도 해보면 좋겠지만, 원래 '소림이가 없다면' 여행을 즐기는 스타일도 아니고, 원래 매일매일 써야 하는 보고서도 하나도 못 보내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일단 호텔에서 모자란 잠을 3시간 정도 잤다. 일어나서 보고서를 쓰면서 욕조에 목욕물을 받았는데 보고서를 더 쓰다 보니 욕조 물이 다시 다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 프런트에 전화를 걸어서 22층의 수영장 몇 시에 여닫는지 물어보고, 주변의 맥도날드가 11시까지 연다는 것을 확인하고 부랴부랴 수영복과 수건을 들고 22층으로 갔다. 

미국에서 수영하고, 한국에서는 한 번도 안 했는데, 오랜만에 하니까 겁도 조금 나고, 수영장이 생각보다 작아서 실망도 조금 했다. 큰마음 먹고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평영을 해서 갔는데, 아뿔싸! 이쪽 끝에 발이 안 닿는 것이다. 알고 보니 1m80이다. 허우적대다가 겨우 난간을 잡고 켁켁 거리고 있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중간까지만 가기로 했다. 몇 번은 끝까지 갔는데, 가슴 근육이 쥐가 날 것 같아서 멈추곤 했다. 수영할 때 제일 무서운 게 쥐나는 것이다. 30분 정도 수영을 마치고 돌아왔더니 그것도 운동이라고 몸이 나른하구나. 아직 1시간이 남았으니 맥도날드에 가서 식사해야겠다. 

영화 '7급 공무원'하고 '인셉션'을 받아오기는 했는데, 볼 시간이 없을 것 같다. 쩝...

P.S.

프랑스 맥도날드가 중국 맥도날드 보다 맛있다. 빅맥 세트 5.50유로...

밤 12시 20분... 간략(?) 보고서를 마무리 지었으니 이제 내일 뭘 할지를 고민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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