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횡단보도 신호등
미국에서 교통량이 적은 도로에 있는 횡단보도의 신호등은 대개 '버튼'을 눌러주어야만 적당한 시기에 파란불(사실 여기는 흰색으로 된 사람 모양의 등)이 켜진다. 오늘 어떤 곳에서 버튼을 누르고 서 있는데 한 외국인 여자가 뒤늦게 와서 섰다. 꽤 정지 신호가 길어졌고 나는 혹시나 잘못 누른게 아닐까 해서 다시 눌렀다. 그것을 보지 못한 이 외국인 여자는 잠시 후 내 앞으로 빙 돌아서 가더니 다시 그 버튼을 누른다. 몇 초 후 횡단보도의 파란불이 켜지고 그 여자는 낼름 길을 건너간다.
아무것도 아닌데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저 여자는 기다리다가 짜증이 나서 이 사람이 버튼을 눌러야 하는줄도 모르고 멍청하게 있는게 아닌가 해서 버튼을 눌렀고 누르자마자 신호등이 켜지니까 '이 사람은 바보네'라고 생각하고 지나간 것이다. 외국인으로 타국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말한마디 하지 않고도 바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 여자가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신호등 버튼 체계가 도통 언제 불이 켜질지 모르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외국인 뿐만 아니라 내국인들도 몇번씩 버튼을 누르는 경우가 있고 버튼이 없는 곳도 있기 때문에 모르고 서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도시인데다 미국인들이 굳이 외국인들에게 적대적으로 무시할 필요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외국인이 아니었어도 안 눌렀다고 무시(?)할 수 있는 것이다.
실상, 문제는 그 여자가 그 버튼을 누르러 갈 때 '그 버튼 벌써 눌렀는데 잘 안 켜지네요.'라고 가볍게 한 마디 할 수 있는 용기와 영어 실력(?)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 여자가 정녕 마음 속으로 무시를 했다고 해도 이런 일에 주눅이 들면 외국에서 살아 남기 어려울 것이다.
뭔가 이 현상을 보고 느낀바를 잘 서술하고 싶었는데, 거지 깽깽이 같은 글이 되고 말았구나. -_-;
'[일상의 한마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강 (2) | 2008.12.07 |
---|---|
외삼촌 되다. (2) | 2008.11.10 |
학기초 현상 (4) | 2008.09.09 |
Happy Birthday to me... (2) | 2008.0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