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가장 많을 글을 꾸준히 남기던 '순보의 일기장' 카테고리. 여전히 가장 많은 글 수를 자랑하지만, 작년 한 해 동안 쓴 일기라곤 고작 20여개. 게다가, 올해에는 이 글이 처음이다. 일기장이라고 하기에도 뭐하다. '일기'라는 이름으로 하루를 정리하기 어렵게 된 것 같다. 뭔가 일기로 쓰기엔 씁쓸했다.

미국에 온 이후인지, 결혼을 한 이후인지 뭔가에 열심히 빠져서 하는 모습을 나에게서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삶을 훌륭하게는 아니지만 나름 그때그때 열심히 살아왔건만 미국에 와서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1년 반 동안 늘은 것이라고는 여전히 초라하지만 그나마 약간 나아진 영어 정도? 말은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 수준이지만 딱히 따로 영어 공부하는 것 없이 리딩이나 리스닝은 아주 조금 나아진 것 같다. 특히 Lost나 24시를 보는 게 조금 더 수월해졌다. 어쨌든, 전공에 대한 지식이 그다지 늘은 것도 아니고, 알던 것도 까먹은 것 같다. 한 때 뭐든지 주어지면 어떻게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하고 무모한 자신감도 다 사라진지 오래이다. 

요즘 뭔가 잘 해보려고 한다. 이틀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동안 끊었던 운동도 시작했고, 매일 조금씩 프로그래밍 연습도 해본다. 현재 흥미나 능력을 볼 때, 박사 과정이 현재로서는 내가 시작할 수 있는 선(level)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현지 취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좀 더 일찍 준비를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준비하려고 한다. 취업은 대학원 진학(유학)보다 더 어렵다는데, 너무 많은 실패를 맛보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대처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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