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도 잘 못하고, 그렇다고 전공을 특출나게 잘하거나 남보다 더 많은 열정과 애정을 가진 것도 아닌 상태에서의 유학은 사치였고 욕심이었다.
막연한 미국 유학에의 동경. 미국에 와서 시간이 지나고 수업을 듣고 현실(나의 수준)과 이상(기대되거나 바라는 수준)과 괴리나 영어 문제 등을 겪으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변하겠지.' 하는 안일한 태도. 그렇다고 딱히 더 열심히 하지도 않고, 하루하루를 보냈다.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하는 나. 다시 유학 초기로 돌아간다면 더 열심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을 보면, 유학을 온 것 자체부터 허세였고, 실수였나 보다.
이국 땅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묵묵히 뒷바라지만을 해주었던 소림. 부부로 온 가정에는 필수, 그리고 정말 독종이 아닌 이상 웬만한 싱글도 오자마자 사는 자동차 한 대 없이, 이 넓은 텍사스에서 2년을 버텼다. 뜨거운 태양 아래 무거운 짐을 들고 걸어서 혹은 버스를 갈아타 가며 끙끙대며 견뎌왔다. 정가에는 옷 한 벌 사지 못하고 세일한다며 옷 한 벌 사러 자동차만 있으면 9분이면 가는 거리에 있는 쇼핑몰을 소림은 왕복 5시간을 버스를 타고 고생스럽게 다녀왔다. 온갖 쿠폰과 세일을 마스터하고, 굴욕 아닌 굴욕도 많이 당했다. '미국에서 취직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모든 것을 다 보상해줄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은 나를 위한 변명이었나 보다.
그러고 보면, 마지막 온 사이트에서 떨어진 회사에 대한 기대와 그쪽 도시로 이주할 기대에 젖어 있던 약 3-4주간이 마지막으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나 보다. 결국은 헛된 상상 속의 행복이었겠지만.
박사 과정 진학을 일찍이 포기한 것은 잘했다. 그러나 실력도 없고 영어도 못하면서 미국 땅에서 잠시 취업을 할 수 있을 거란 환상에 빠져 있던 것은 정말 잘못했다. 미리 한국 회사의 채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후회된다. 부모님 도움 없이 살아보려고 했는데 결국은 아무것도 남은 것 없이 쓸쓸히 돌아가 부모님께 의지해야 하게 되었다.
다 내 잘못이다.
시간이 흐르면 다 지나가겠지만.
어쨌든 이런 무모한 짓은 다시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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