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마트폰이 없다. 하루 왕복 1시간 40분 정도의 출퇴근 시간. 피곤하지 않으면 책을 읽고,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그냥 창밖을 보거나 사람 구경을 한다. 좀 더 피곤할 때면 그냥 눈을 감고 자거나 휴식을 한다.
아이폰이 인기를 끌면서 시작된 스마트 열풍은 어느새 모든 것의 이름 앞에 스마트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으면 이상하게 만들었다. 모든 것이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Internet of things와 같이, 모든 장치가 똘똘해지는 smartization of things(?)의 시대라고나 할까? 스마트폰 열풍 초기,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으로 갈아타는 모습을 보던 시절에는 나의 우둔한 피처폰(dumb-ass phone)이 밉살맞게만 보였다. 하지만, 1년도 채 안 되어 동네 꼬마나 할아버지까지도 누구나 선택이 아닌 필수로 스마트폰을 가진 세상에 살다 보니 도리어 스마트폰이 없는 게 더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사실 카카오톡과 같이 모바일에 특화된 애플리케이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능은 컴퓨터로 대체 가능하다. 심지어 카카오톡조차 PC 버전이 나와 있다. 따라서 나처럼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늘 컴퓨터에 노출된 사람은 출퇴근 시간을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을 쓸 이유가 없다. 물론 가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가 언제 올지 확인해보고 싶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버스를 타는 경우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있을까 말까 하다.
스마트폰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정보를 전달해줄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항상 연결되어 있게 해 준다. 어디서나 영화나 책을 볼 수도 있어서 잠시간의 심심할 틈도 주지 않는다. 또한, 언제나 일정을 관리해주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늘 친절하게 대답해 준다. 스마트폰에 의지하다 보면, 무엇을 잘 기억하지도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역설적이게도 스마트폰이 사람을 덜 스마트하게 할 수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냐는 질문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정답은 없지만, 과학 기술이 인간에게서 점점 여유를 빼앗아 간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점점 더 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그만큼 더 해야 할 일이 많아진다. 스마트폰 탓에 변화할 우리의 삶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가져온 정보화 사회의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늘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법이다. 모두가 스마트폰의 노예가 되어가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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